[특집] 인터넷 강사들이 주최하는 콘서트? 변화하는 온라인 사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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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넷 강사들이 주최하는 콘서트? 변화하는 온라인 사제 관계
  • 인터넷뉴스팀3
  • 승인 2009.11.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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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러분들, 수능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2010년 수능 수험생들을 위한 '밝히리 콘서트'를 주최한 인터넷 강사 11인이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선생님들끼리 서로 성대모사하기"

"삽자루 선생님의 아브라카다브라"

"최진기 선생님 소녀시대 다리춤!! 소녀시대랑 같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업체 비타에듀 홈페이지에 올라온 댓글들이다. 수능이 끝난 후 수강생들을 위해 개최될 것이라는 인기가수들의 콘서트에서 학생들은 가수들보다도 오히려 선생님들에게 춤추기를 요구하고 있다. 모의고사에서의 적중률이나 또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정한 평가들 대신, 수강생들이 마치 수학여행에서 담임선생님을 향해 소리치듯 인터넷 강사들에게 이런 짓궂은 요구를 하고있는 낯선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2010년도 수학능력평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능특수'가 시작됐다. 극장, 식당, 쇼핑몰 등 수많은 업체에서 앞다투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이벤트를 개최한다. 그런데 이런 수능특수 시즌에 판매고를 올리려는 각종 이벤트들과는 그 목적이 확연히 다른 한 행사가 눈길을 끈다. 바로 지난 11월14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개최된 '밝히리 콘서트'가 그것.

(사진) 콘서트의 주최자는 인터넷 교육 서비스업체 이투스 및 비타에듀 소속의 강사 11인. 이들 모두가 수험생이라면 그 이름을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의 스타 강사들이다.

수험생들을 위한 콘서트라면 매년 각지에서 여러 형태로 개최된다. 다만 이 콘서트의 특별한 점은 인터넷 강사들이 무대 마련과 가수 섭외 등 모든 기획을 직접 진행하고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이들 인터넷 강사들에게는 대부분 다시 볼 일이 없는, 이른바 '끝난 고객'이다. 더욱이 학생들은 철저히 수능 적중률에 따라 인터넷 강의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는 '신규 고객 유치'에도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험생들을 위한 특이한 무료 콘서트가 벌써 3회째 개최되고 있다.

인터넷 강사들이 주최했지만, 당연히 이들이 콘서트의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이날 콘서트에는 그룹 소녀시대, f(x)(에프엑스), 4MINUTE(포미닛)과 가수 김태우, MC몽 등 톱스타들의 무대가 준비되어있었다. 강사들의 다소 쑥스러운 무대인사와 애국가 제창이 끝난 후, 어두워진 무대에 첫 번째 주자인 그룹 포미닛이 등장하고, 수험생들로 가득 메워진 콘서트장 곳곳에서 열광하는 탄성들이 터져나온다.

(사진) '밝히리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치는 그룹 포미닛. 이날 그룹 포미닛은 수험생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힘찬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 자신의 학창시절이 떠올라서였을까. MC몽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중히 하라'는 충고와 함께 평소보다 훨씬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수험기간 동안의 스트레스를 이제서야 발산하는듯, 이후 모든 가수들의 무대에 걸쳐 관객석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이어졌다. 폭발적인 호응에 무대에 선 가수들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함께 수능을 치른 걸그룹 멤버들은 시험이 끝난 홀가분함을 함께 나눴고, 이미 학창시절이 까마득한 추억이 된 선배의 입장에 선 가수들은 학창시절 추억의 소중함에 대한 충고 또한 잊지 않았다. 어느 가수가 나오건 이제 막 힘겨운 수험기간을 끝낸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무대였다.

(사진) 공연 중간마다 인터넷 강사들은 다음 출연진의 준비를 위해 진행을 하고,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옷을 벗어던지며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소녀시대의 무대가 끝나고, 평소의 공연 현장이었다면 모든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무렵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많은 수험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을 실제로 뵙고 인사를 나누고자 함이었다.

무대 앞으로 몰려든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온 인터넷 강사들. 선생님의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꺼내들고, 싸인을 받으려 줄서는 학생들의 모습은 인터넷 강의 세대가 아니라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이들은 알찬 강의로 수능 준비를 도와준 명강사이자, 한 번쯤 실제로 인사를 나누고 싶은 스타이다. 공연이 끝나고도 오랜 시간동안 수험생들은 자신이 강의를 들었던 강사 앞에 모여들어 악수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고, 선물을 건내기도 했다.

(사진) 공연이 끝난 뒤에도 수험생들은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무대 앞으로 몰려들어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들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뻗고, 싸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이들에게 인터넷 강사들은 수능 준비를 도와준 명강사이자 한 번쯤 실제로 인사를 나누고픈 스타였다.

현재 인터넷 교육 시장 규모는 1조 8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미 사교육 깊숙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 분야가 되었다.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 이 산업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지배되는 여타 컨텐츠 산업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즉 양질의 컨텐츠와 합리적인 가격이 핵심 요소였지만, 지금은 하나의 요소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인터넷상에서 맺어진 사제관계이다. 이제 인터넷 강사들은 양질의 수험 관련 컨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넘어 또 한 명의 스승이 되어가고 있고, 수강생들은 소비자를 넘어 용기를 북돋아주고픈 제자가 되어간다. 이들의 노력으로 맺어진 인터넷에서의 '관계'가 향후 디지털 컨텐츠 산업 혁신의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NAC미디어 취재팀 / je@anihan.com )

(사진) 인터넷으로 자신을 가르친 선생님과의 기념사진은 '인강 세대'의 학생들에게는 학창시절의 추억거리이다. 인터넷 교육 산업은 단순한 컨텐츠 판매를 넘어 새로운 관계 형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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